
주말 내내 연예계가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뒤숭숭했다.
논란에 휩싸이자 전격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 소식이 이유다.
지난 금요일, 조진웅이 10대 시절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이었고 성인이 된 후에도 폭행과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조씨는 “실망을 안겨 죄송하다”며 배우 생활을 은퇴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간 조진웅이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던 만큼 방송가는 관련 조치로 분주하다. KBS는 2021년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과정에 조씨가 국민특사 자격으로 참여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에서 비공개로 전환했고, SBS는 조씨가 내레이션을 맡은 범죄 관련 다큐멘터리 녹음을 다시 진행했다.
흥미로운 건 이 사안이 단순 연예계 이슈를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진웅은 평소 진보 성향의 행보를 보여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했고, 친여 성향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며 ‘애국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되는 모순이 생긴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전과 이력을 언급했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면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며 “생매장 시도에 맞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디스패치를 소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30년 전 봉인된 판결문을 뜯어낸 것은 저널리즘의 탈을 쓴 명백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논란이 더 큰 이유는 조진웅이 쌓아온 이미지 때문이다. 드라마 ‘시그널’, 영화 ‘독전’에서 정의로운 형사를 연기했고, ‘암살’과 ‘대장 김창수’에서는 독립투사를 소화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국민특사로 참여하고,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 맹세문을 낭독하며 정의와 애국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JTBC ‘뉴스룸’에서는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것에 왜 부담을 느껴야 하는가”라며 소신발언을 했던 그였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21년간 과거를 숨긴 채 정의로운 척 살아왔다는 게 대중의 배신감을 키웠다.
더군다나 조진웅은 소년범 이후에도 성인이 되어 폭행 사건을 일으키고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소년법의 취지대로 완벽히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의 소년기 중대 범죄 전력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조진웅 사태는 이제 단순한 연예계 스캔들을 넘어 소년법의 취지, 피해자의 권리, 공인의 도덕성, 그리고 정치적 진영 논리까지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됐다.
과연 우리 사회는 소년범 출신에게 어디까지 기회를 줘야 할까. 그리고 그 기회에는 대중 앞에 서는 공인의 자리까지 포함되는 걸까.
조진웅은 스스로 은퇴를 선택했지만,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제2의 조진웅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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